자동차의 발명은 엄청난 이동의 편리함을 주고, 인간의 활동 영역을 한 마을에서 전 세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반면, 자동차 사고로 인한 막대한 인명 피해와 고통, 후유증을 안겨줬으니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한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130만 명이다. 6.25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150만 명)에 버금간다. 결국 인간들은 자동차를 만들어 엄청난 편리성을 누리면서도 한편으론 그 자동차와 목숨을 건 전쟁을 치루며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차는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차 조심하라”는 부모님 말씀이 괜한 걱정이 아니다.
이런 자동차가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각종 첨단장치로 무장하고 지능화되는 등 이른바 스마트 카(Smart Car)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인데, 그 진화의 끝이 어딘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다.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차량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무인자동차가 등장할 날도 그렇게 멀지 않아 보인다.
자동차와 더불어 스마트 웨이(Smart Way)시대도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도로 위의 자동차 수를 알아서 조절해 교통체증을 해소해주는 것은 물론 자동차가 차선에서 벗어나면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충돌 발생상황에서 자동 브레이크가 사용되는 공상과학 소설 같은 얘기가 실현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전국 모든 교통망을 지능형도로로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지능형교통체계(ITS) 마스터플랜을 국정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ITS 마스터플랜은 첨단 도로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스마트 카를 융합한 지능형도로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자동차사고 사망률을 제로(0)화 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3년 안에 국도의 5%와 지방도의 3%에 ITS를 구축하고 중기적으로 고속도로 20%와 국도·지방도 15%에 ITS를 도입한 뒤 2030년까지 국내 모든 도로를 지능화한다는 계획이다.
ITS 마스터플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차사고 감소와 교통체증 해소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눈앞에 다가온 스마트 카 시대는 우리의 교통생활을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자동차가 이미 ‘문명의 이기와 흉기’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문제점과 부작용 또한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경우, 스마트 카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의 하나다. 급발진 사고 원인에는 여러 논란이 일고 있지만 자동차의 전자화, 즉 여러 첨단장치가 장착되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자동차는 눈부시게 발전되며 어른이 되고 있는데 비해 우리의 안전의식은 아직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눈앞에 다가온 스마트 카 시대에 우려되는 부분이다. 운전할 때 DMB 시청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지키지 않는 이가 많아 사고가 증가하는 것 등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기술을 갖게 되는 것은 어린아이의 손에 위험한 무기를 쥐어주는 것과 같다. 스마트 카나 스마트 웨이가 고장났을 경우를 상상해보라! 만약 자동차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ITS가 통제불능이 된다면?… 우리는 이런 면에 좀 더 심각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얼마 전 영국 옥스퍼드대학 미래인간연구소에서 저명한 국제 학자들이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인류가 개발해낸 기술 자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학자들은 전염병이나 자연재해, 핵전쟁 등보다 급속한 과학의 발전이 오히려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의 진보 속도를 인류의 능력으로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인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기술 발전으로 꼽았다. 스마트 카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카 시대가 열리면 교통사고는 현재보다 80%가 감소하게 되고 정체 없는 도로교통도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야누스 얼굴을 하고 있으며, 그 얼굴은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해질 수도 악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첨단기술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스마트 카 시대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교통안전공단 사보 ‘함께 나누는 사람들’ SUMMER 2013에도 함께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