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어느 장관 후보자의 잦은 교통법규 위반이 문제가 됐다. 이 후보자는 5년 간 23건의 교통법규 위반 딱지를 떼였다. 석 달에 한번 꼴인데 속도위반이 가장 많았고 안전운전 의무위반, 안전띠 미착용,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이 있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교통법규 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를 체납해 차량까지 압류됐다가 장관에 내정된 뒤 이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으며, 그 뒤 무사히 장관직에 임명됐다.
그의 잦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다른 문제들보다 가볍게 판단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는 듯하다. 장관직을 수행하는데 그런 정도야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느냐며 시시콜콜한 교통법규 위반 사례보다는 재산형성 과정이나 부동산 투기, 병역문제, 또는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의 교통법규 위반사례는 절대 가볍게 봐서는 안 될 일이다. 오히려 다른 어느 의혹이나 도덕적인 흠결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교통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어울려 한 판을 짜는 생물학적 운동으로, 그 나라 국민의 준법정신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국민은 준법정신이 강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법을 잘 지키고 이것이 곧 정상적인 나라, 건강한 나라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그래서 사회가 ‘건강한가, 병들었나’를 판단하려면 1차적으로 거리의 교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나아가서 그 나라 국민들이 개인의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지, 아니면 공익을 추구하며 사회전체 구성원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지 까지도 알 수 있다.
실제로 국민들이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나라는 불법·탈법과 부정부패가 드물고 서로 배려하며 사는 나라다. 반대로 국민들이 교통법규를 잘 지키지 않는 나라는 불법·탈법이 만연하고 부정부패와 이기주기로 얼룩진 나라일 확률이 높다.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 결코 아니다. 교통법규를 지키는 일은 사회의 기초질서이므로 건강한 국가 발전을 위해 다른 어느 정치적 경제적 문제보다도 앞서는 중요한 일이다.
교통법규 준수는 비록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시냇물이 모여 큰 강과 바다가 되듯이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한 커다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어울리는 거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원인을 보면 사고의 89%가 운전자 신호위반, 과속 등 기초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인적과실이다. 기초적인 준법정신 부족으로 운전습관이 잘못되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교통안전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도 이 같은 인식하에 정책의 초점을 ‘교통법규 준수와 교통안전 생활화’에 맞추고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위험도로 개선이나 교통안전시설물 설치 등 외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범국민적인 준법정신 함양이나 의식 개선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국회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의 잦은 교통법규 위반이 문제가 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요구가 강해졌으며 국민의 준법의식도 크게 높아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스피드를 즐기는 운전습관 때문에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제기돼 곤혹을 치룬 바 있다. 이 나라에서는 장관이 교통법규를 세 번 위반하는 바람에 장관직을 사임하기도 했으며 어느 장관은 가족들의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잦다는 이유로 여론의 사임압력을 받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인 국가의 프랑스에서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법규 준수가 이처럼 강경하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인구나 차량 대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최고 자리를 차지한다. 먼 훗날의 어느 때쯤 ‘어느 장관 후보자가 교통법규를 세 번 위반한 전력 때문에 낙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우리나라는 분명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버린 후 일 것이라 자신한다.
<이 글은 교통안전공단 사보 ‘함께 나누는 사람들’ SPRING 2013에도 함께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