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기가 좋고 나쁘냐’를 알아볼 때 흔히 택시의 영업현황을 척도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택시가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가용 승용차가 크게 늘어난 데다 지하철이 사통팔달(四通八達) 뚫리고 버스의 운행체계 개선에 따라 택시는 점점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다 대리운전업의 성행으로 택시의 주 고객이었던 심야의 취객들마저 택시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급교통수단으로서 택시의 경쟁력이 버스·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택시와 다른 교통수단간 경쟁력을 비교해보자.
문 앞에서 문 앞까지 편히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선택하라면 택시보다는 자가용 승용차가 월등히 편하다. 그리고 지금은 자가용 승용차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집을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또 빠르고 정확한 교통수단이라면 택시보다는 지하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교통체증으로 택시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반면 지하철은 신속하게 제 시각에 닿을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옛날 같으면 택시를 탈만한 거리를 이제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지하철-버스 간 환승체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택시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렇듯 택시는 편리성·경제성 면에서 자가용 승용차, 버스·지하철에 비해 경쟁력을 상실해버렸다. 심지어 산업의 정체성마자 불분명한 대리운전업에게도 택시 시장은 잠식되어 가고 있다. 돈 있는 잠재적 택시 수요자들이 돈 있어도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택시의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는 지하철 노선 확장과 운행시간 연장, 시내버스의 환승체계 개선 등 대체 운송수단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택시업계는 여전히 공급과잉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스와 지하철은 승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나 택시는 되레 승객 감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판인데 아직도 택시를 경기의 바로미터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너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특히 신문이나 방송은 거의 상습적으로 택시를 경기의 바로미터로 삼아 경기 상황을 보도할 때 택시기사들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일이다.
더 이상 택시업계의 영업 현황으로 경기 회복세 여부를 가늠하는 일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러니 신문사나 방송국 기자들이여, ‘택시 손님이 없어 경기가 좋지 않다’는 등의 어리석은 보도는 이제 제발 그만 두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