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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분실물 안 돌려주면 처벌…‘실효성’ 의문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3-04-13 17: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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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확한 상황 알 수 없고, 법적입증도 어려워
택시 분실물을 승객에게 돌려주지 않을 경우 서울시가 고발 등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가 물건을 가져간 사실은 승객이 수사기관을 통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택시 승객이 물건을 두고 내려 유실물센터에 접수된 건수는 모두 1255건이다. 이 가운데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전자제품이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지갑과 가방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분실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승객들의 민원이 계속 이어지자 서울시는 택시 기사가 분실물을 의도적으로 돌려주지 않을 경우 고발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고 관련법에 따라 기사 자격을 취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승객이 정확하게 택시에 물건을 두고 내렸는지, 또 택시 기사가 실제로 물건을 가져갔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없으며, 법적으로도 입증하기 어렵다. 승객이 수사기관을 통해 혐의를 입증해야만 서울시가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왜 이렇게 설익은 대책을 내놨는지 모르겠다”며 “택시기사들을 모두 도둑으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울시는 한때 택시 안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기사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어 없던 일로 돼 버렸다.

승객들이 택시에 물건을 놓고 내리면 택시기사들은 매우 난감하다. 단순히 물건을 찾아주면 그만이지만 영업을 못하고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택시기사들은 물건을 돌려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하여 시민들의 비난이 높다.

승객의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팔아넘기는 행위는 물론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는 대가로 승객에게 돈을 요구할 경우 모두가 불법행위다.

유실물법 1조 1항은 ‘타인이 유실한 물건을 습득한 자는 이를 신속하게 유실자 또는 소유자, 그 밖에 물건회복의 청구권을 가진 자에게 반환하거나 경찰서에 제출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택시기사가 승객이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는 일은 당연한 것이며 돌려주기 어려운 경우 경찰서에 제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법 4조에는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가액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경찰서에 유실물을 제출했을 때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경찰에 유실물을 제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불법으로 간주되며 경우에 따라 형법상 '점유 이탈물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택시기사가 승객의 물건을 찾아줬다는 이유로 현찰을 요구한다면 고소를 해도 되며, 이 경우 택시기사가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승객들이 차안에 놓고 내린 물건을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영업을 못하고 시간을 할애한 기회비용(機會費用)때문에라도 승객에게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승객들에게 물건을 찾아줄 때 발생하는 사례비나 운임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택시기사 P씨(58)는 "승객에게 물건을 찾아줘도 승객들의 고마움은 그때뿐이며, 기름 값 들어가면서 힘들게 찾아준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며 ”도로 물건을 갖다 줄 때 발생할 수 있는 운임비나 그 시간 내 영업을 못해 발생하는 금전적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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