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대중교통법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의 권도엽 장관이 007 작전 식으로 서울의 한 택시회사를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가졌다.
4일 국토해양부 및 택시업계에 따르면 권 장관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소재한 한미산업운수를 은밀히 방문하고 택시운수종사자 15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권장관이 택시회사를 방문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부산과 광주에서 택시 대중교통법 재의결을 촉구하는 영호남 지역 택시업계의 생존권 사수 비상합동총회가 열린 날이다.
이날 권 장관은 최근 입법 예고된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안’(택시지원법)에 대한 종사자의 의견 및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택시지원법 통과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했다.
정부는 국회에서 통과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택시 대중교통법)에 대해 지난 1월22일 거부권을 행사하고 택시지원법을 대체 입법안으로 내놓은 상황이다.
이날 권 장관은 택시 대중교통법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고, 정부를 믿고 성원해 주다면 택시지원법을 통해 보다 더 나은 근로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참석 기사들이 속한 택시회사의 사장 등 경영진 외에 다른 택시회사 사장이나 택시사업자 단체, 택시 노조 등에 알려지지 않은 채 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지원법에 반대하는 이들 측에서 현장 간담회를 가로막는 등 불필요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안을 유지했다”며 “이날 간담회는 운전종사자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장관이 택시회사를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기 위한 자리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국토해양부의 이런 행동은 택시업계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택시지원법 제정의 진정성에 의혹과 의문이 간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밀스럽게 국토부 장관이 일선 택시업체를 방문했다는 것은 택시지원법 제정을 위한 쇼(show)라는 생각밖에 안든다”며 “정부가 이러니 택시업계가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택시업계에는 국토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며 “국토부는 택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이런 불신을 씻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택시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택시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왔으며 앞으로도 토론회·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