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벌어 르노-닛산만 배불려 “하청기지 마인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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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영업적자가 누적된 르노삼성차는 과연 회생할 수 있을까. 르노삼성차는 몇 년간 계속된 판매부진과 적자 속에 그나마 지난해 출시된 '뉴SM5 플래티넘'으로 한가닥 희망을 봤다. 이를 바탕으로 이달 말 향후 생산 증대 등 회생계획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한국을 하청기지로 생각하는 르노그룹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6년과 2007년만 해도 각각 8.7%, 7.7%였다. 당시 4%대이던 현대차도 부러워할 정도였다. 그러나 2008년 3.6%로 떨어진 뒤 2009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서 423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10년 겨우 흑자(34억 원)를 냈지만 2011년에는 아예 2150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이유는 르노-닛산에 지불하는 부품대금과 기술사용료 등이 너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판매대수가 17만 대 선이던 2007년에는 영업이익률이 7.7%였으나 국내와 해외에서 27만 1479대를 팔아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10년에 영업이익률은 0.06%에 불과했다.
2011년 르노-닛산에 지불한 부품값은 1조 920억 원으로, 2006년(2090억 원)의 5배 수준이다. 기술사용료와 연구비, 광고판촉비 등을 합하면 차 1대당 르노-닛산에 지불하는 금액은 2006년 165만 원에서 2011년 500만 원으로 급증했다.
르노삼성차는 2011년에 총 4조 9800여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르노와 닛산에 부품구입비와 기술사용료, 연구비 등 명목으로 총 매출액의 25%가 넘는 1조 2362억 원을 지불했다. 결국 르노삼성차가 돈을 벌어 르노-닛산만 배를 불리는 구조다.
창립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차종도 4개 뿐이며 아직까지 새로운 차종에 대한 투자계획도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에 돈이 되는 일은 앞뒤 안가리고 이뤄지면서 부산공장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한국을 하청기지로만 생각하는 르노그룹의 경영이 바뀌지 않으면 르노삼성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적자 실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지난해 10월 출시된 '뉴SM5 플래티넘'이 단비다.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인기를 끌면서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방한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닛산의 SUV 차종인 '로그'를 연간 8만 대 규모로 부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공장에선 다음달부터 전기차 모델인 'SM3 ZE'도 시험생산될 예정이다.
르노삼성차는 향후 내수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이달 말 중기 경영전략 'RSM 리바이벌 플랜'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향적인 방안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당분간 기존 4개 차종 외에 자체 개발된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낮으며 올해 국내에 들여올 소형 SUV '캡처'도 르노 본사에서 생산된다. 생산량 확대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 뉴SM5로 가능성은 봤지만, 틈새 차종을 추가로 내놓고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본적으로 르노그룹 본사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