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사원 처우·근무환경 등 열악…시내버스 비해 지원 미약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을 놓고 택시와 버스업계 간 힘겨루기를 지켜보는 마을버스업계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일 서울시마을버스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후 6시께, 전국 버스 운행 중단 예정 시간을 6시간여 앞두고 운행 중단 결의를 전격 철회했다. 시의 지원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운행을 중단하면 회사 경영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시민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며 설득작업을 진행한 서울시와 뜻을 같이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시가 주재한 긴급회의에 마을버스조합은 초대받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마을버스는) 준공영제가 아니라서 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간선도로를 운행하며 시내버스와 지하철과의 연계수단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마을버스는 대중교통 지원책을 논하던 정치권과 대중교통 대란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던 시 모두의 관심 밖이었다.
마을버스조합 관계자는 “시에서는 우리를 대중교통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며 “마을버스를 ‘보조수단’으로만 취급할 뿐, 제대로 된 지원을 안 해준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 등록된 마을버스 업체는 125개다. 이들 업체는 총 201개의 노선에 1401대의 마을버스를 투입해 운행하고 있다. 업체 당 평균 1~2개의 노선을 운행하며 7~40대 정도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마을버스가 영세하게 운영되는 데다 지원도 거의 없다 보니 근무환경과 처우 등 모든 게 시내버스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열악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지난 한 해 준공영제를 도입한 시내버스에 인건비와 연료비 등 가동비와 감가상각비 등의 보유비 명목으로 시내버스에 지원한 예산은 3200억원이다.
반면, 마을버스에 올 한해 편성된 지원 예산은 160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중 60억원은 마을버스 업체를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운행버스 규모가 5배 정도 차이 나는 데 반해 지원예산 규모가 20배 가까이 차이 나다 보니 종사자 처우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마을버스 기사는 한 달에 받는 임금은 180만원 수준으로 시내버스 기사 임금 35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차량 1대당 평균 기사 수 또한 2.1명으로 시내버스 2.3명보다 적다. 이는 똑같은 8시간 2교대 근무를 하더라도 마을버스 기사의 근무 강도가 세다는 의미다.
마을버스 관계자는 “지난 2004년부터 마을버스는 환승할인제가 도입되면서 수입이 절반넘게 줄어 1년에 1000억원 이상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마을버스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마을버스 지원금은 '승객이 없더라도 운행을 열심히 해달라'는 취지로 주는 것”이라며 “마을버스를 준공영제 형식으로 전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