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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에 해태(獬豸)를 기증하자
  • 강석우
  • 등록 2012-10-17 07: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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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麒麟)의 머리에 외뿔이 달려 있고 양(羊)의 발톱을 지녔으며, 겨드랑이에는 날개를 닮은 깃털이 나 있고 몸 전체는 푸른 비늘로 덮여있는 그리고 두툼한 꼬리가 달린 동물이 있다. 이물지(異物志)에 나오는 해태(獬豸)라는 동물의 생김새를 설명한 것인데 여름에는 늪가에 살며 겨울에는 소나무 숲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이 해태라는 동물은, 시비와 선악을 판별하는 능력이 있어 사악한 자나 부정한 자를 물어뜯는다 하여 법수(法獸 ; 법을 수호자는 동물)로 신성시 되어 왔으며, 궁궐이나 관가의 문앞에 이 해태상을 세워 놓고 관리들이 드나들 때 그 꼬리를 만지게 함으로써 부정과 부패의 마음을 씻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인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은 물론 남별궁(현재의 조선호텔 자리), 충남 홍성의 동헌 앞에도 해태 석상이 설치되어 있었고 조선시대 관리들을 감찰하고 법을 집행하던 기관이었던 사헌부의 수장 대사헌의 흉배에도 해태를 수놓았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우리나라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 앞에도 설치되어 있으며 법관들이 쓰는 모자도 해태의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태는 법을 수호하고 관리들로 하여금 사심 없이 공무를 집행하도록 마음을 다스리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인데 요즘 국토부의 하는 모양새를 보면 아무래도 해태를 한 마리 키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토부가 국민의 반대여론은 물론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인하여 ‘KTX 민간운영’ 추진이 뜻대로 되지 않자 여러 각도로 철도공사를 압박하고 있는데 그 방법이 과연 철도정책을 담당하는 부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역사 및 차량기지 등 운영자산의 국가 환수와 관제시스템 이관이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법령에 의하여 철도공사에 내준 철도사업면허까지 들먹이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

철도구조개혁 당시 운영자산과 시설자산을 분리하면서 정부는 철도공사에 운영자산을 전부 현물로 출자했다. 그리고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철도공사법에 역사(驛舍)와 운영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케 함으로써 철도공사의 재정자립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취지의 조문을 명문화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를 환수한다는데 공기업에 출자한 자산을 마음대로 환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법률위반 행위이며, 법을 바꾼다고 해서 이미 출자된 자산을 환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위원회의 심의만으로 추진한다니 철도산업위원회가 초법적 기구라도 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두 번째는 관제시스템 국가환수 문제다. 관제라는 것은 그냥 가져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관제와 운영 그리고 시설유지보수는 시스템으로 연계되어 있어 어느 하나만 오류가 발생해도 최소한 열차운영이 일순간 마비되거나 중대한 사고로 직결된다. 그러므로 선진국의 철도를 봐도 관제와 운영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철도공사 일각에선 관제를 가져가고 싶으면 유지보수까지 몽땅 가져가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관제를 환수해 가서 운영자와 프로세스나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운영자는 열차를 세우면 되지만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관제를 소유한 정부가 전부 떠안아야 되는 결과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뻔히 아는 국토부가 정말 이 두 가지 문제를 계속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철도공사에 대한 압박용 카드로 활용코자 하는 것인지 그래서 어떤 결과가 초래되길 원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봉공인 공무원들이 사심을 버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고래(古來)로부터 관리들의 그런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모티브가 바로 해태라는 동물이었던 것이다.

해태가 상상속의 동물이라 국토부가 구입할 수는 없겠고, 그렇다면 뜻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해태석상이라도 국토부 청사 앞에 설치해 드리면 어떨까 싶다. 아울러 가수 싸이에게도 제안해 본다. “싸이씨 빌보드에서 1위 하시면 국토부에 해태석상 하나 기증 좀 하시죠. 국토부스타일 좀 확 바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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