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차 안에서 위폐식별 쉽지않아 범인들 '환전창구'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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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고액권이 활발히 유통되면서 애꿎은 택시 기사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택시기사 S씨(43)는 지난 2일 밤 멋쩍은 경험을 했다. 위폐 5만 원을 낸 손님에게 잔돈을 4만 원 넘게 거슬러 준 것.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S씨는 다음날 회사에 사납금을 낼 때서야 자신이 요금으로 위폐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폐는 A4용지에 5만원 권 지폐를 앞뒤로 컬러복사한 조잡한 수준. 하루에서 수십 번도 넘게 지폐로 요금을 받아온 S씨는 졸지에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 신세가 됐다.
이 택시회사 임원은 "벌써 2차례 소속 기사들이 이런 식으로 골탕을 먹었다"며 "아무래도 심야에는 지폐를 꼼꼼히 들여다보기 힘든데다 위폐에 대한 경각심도 떨어져 있다 보니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해 6월 등장한 5만원 고액권은 첨단 위조방지 기술 덕에 위폐 수준은 조잡하기 그지없다. 낮에 영업하는 식당이나 가게라면 현장에서 즉시 들통이 날 정도.
하지만 심야의 택시 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두운 차 안에서는 위폐 식별이 쉽지 않은데다 5만원 권이 등장하면서 속이고 돌려받는 거스름돈이 짭짤하다 보니 졸지에 택시가 잡범들의 '환전 창구'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운행에 바쁘다 보니 당한 택시기사들도 그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신고마저 번거롭게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위폐 역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가면 추적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