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탑승 시위와 관련해 한치의 양보 없이 서로를 향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사태 해결이 더욱 멀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탑승 시위와 관련해 한치의 양보 없이 서로를 향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사태 해결이 더욱 멀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교통일보 자료실)전장연이 법원의 2차 조정안 수용을 거부한 데 이어 서울교통공사 역시 거부 방침을 밝힘에 따라,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장기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큰 상태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고의지연 등 불법행위를 이어온 전장연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민사소송과 관련, 법원의 2차 조정안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2차 조정안이 1차 조정안에서 문제가 되었던 ‘5분 이내’ 항목을 삭제했지만, 시위 방식과 열차 지연에 대한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전장연의 시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사측은 ▲휠체어로 출입문 개폐를 방해하는 방식 외의 시위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지연행위에 대한 기준이 불확실하고 ▲채권·채무 부존재 조항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전장연은 최근 휠체어에서 내려와 기어가거나, 휠체어 수십 대가 역마다 승하차를 반복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방식의 열차 이용으로 열차를 지연시킨 사례가 있다. 또 ‘지연행위 시 500만 원 지급’ 조항 역시 지연행위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
전장연이 시위 중 전동차 3대에 나누어 탑승하며 열차를 고의로 지연시켰을 경우, 이를 지연행위 3회로 볼 것인지 또는 전체 시위 중 1회로 볼 것인지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미다.
공사는 시위 중 깨물리는 등 폭행을 당했던 직원 개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이번 조정안의 문제로 지적했다. ‘아무런 채권·채무가 없음을 서로 확인한다’라는 조항이 피해 보상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와 전장연 모두 2차 조정안에 이의를 신청하면서, 조정절차는 종료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재개될 전망이다.
공사 관계자는 “장애인·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불법적인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다면 그에 합당한 금액을 배상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소송에 성실히 응해 이와 같은 선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 25일 ‘지하철 5분 초과 지연 시 손해배상’이란 조건이 삭제된 법원의 2차 강제조정안을 거부하기로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268일차 선전전을 열고 “법원의 2차 조정문에 대해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날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1차 조정문에서는 5분 이내에 탑승하도록 명시했지만 2차 조정문에는 ‘5분 이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며 “진정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을 (서울시에) 촉구하며 면담을 하지 않았고 법원에 조정문을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곧 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대화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오 시장에게 다시 한번 사회적 대화를 요청한다”며 “모든 사람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의견이 다를지라도 같이 참여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풀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지난 2021년 1월 22일부터 11월 12일까지 7차례 벌인 지하철 불법 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낸 바 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19일 1차 강제조정안을 내고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 운행이 5분 초과했을 때 전장연이 서울교통공사에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전장연은 1차 조정안을 수용했으나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측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법원은 이달 10일 지연 시간 조건을 빼고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않고 이를 위반할 시 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2차 조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전장연이 반발하며 법원의 2차 조정안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달 11일 손해배상 청구액을 5145만원으로 올리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