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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서울 택시, 심야 할증요금 인상 그 이후…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12-15 10: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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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행 대수 증가로 택시 잡기 쉬워져…기사들은 환영, 시민 반응은 엇갈려

지난 1일부터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이 조정된 뒤 택시 공급이 확연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를 타는 한 시민 모습. (교통일보 자료사진)

지난 1일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이 조정됐다. 할증 적용 시간은 기존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조정됐고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는 기본 할증률(20%)의 배인 40% 할증이 적용됐다. 사실상 택시요금 인상이다. 

 

평상시 3800원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오후 10시∼오후 11시와 오전 2시∼오전 4시에는 4600원으로, 오후 11시∼오전 2시에는 5300원으로 뛰었다. 그 뒤 2주간 택시 이용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선,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이 확연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1일 할증요금 조정 이후 평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시간당 평균 택시 운행 대수는 지난달보다 평균 12.2% 증가했다. 

 

조정 전 2주와 비교해 2일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일하게 감소한 이달 2일은 자정부터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경기가 있었던 날이다. 사실상 요금 조정 이후 내내 증가세를 유지한 셈이다. 

 

특히 심야 택시 수요가 많은 목요일과 금요일 운행 대수는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다. 1일(목요일) 운행대수는 2만3649대로 2주 전 같은 요일인 11월 17일(2만1329대)보다 10.9% 증가했고, 8일도 2만3961대로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9일은 2만8325대로 11월 25일보다 16.4%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 보다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 당시 평균 운행대수는 2만7000대 정도였다. 이밖에 월·화·수요일인 5~7일도 각각 조정 이전과 비교해 2.9~9.5% 증가했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심야 평균 배차 성공률도 62%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동일 기간 배차 성공률 3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공급 증가는 주로 개인택시가 주도했다.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개인택시 부제를 전면 해제한 데다 개인택시조합이 순번에 따라 0~9조로 나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야간조를 집중 투입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택시업계 관계자와 서울시 공무원 등으로 꾸려진 ‘승차지원단’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승차지원단은 매주 목·금요일 승차난이 심한 11개 지점에서 택시 잡기를 지원하고 있는데 승객을 태운 택시 기사에는 1건당 최대 1만5000원을 지급한다. 

 

법인택시도 현재 운행 중인 2교대를 야간조 중심으로 편성하도록 조치했으나 기사 부족으로 별 효과는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법인택시는 코로나19 기간 기사들이 다른 업계로 대거 이탈해 당장 늘어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운행 대수가 늘어난 만큼 택시 잡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며 할증요금 인상에 찬성인 시민들도 있으나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시민 A씨(44)는 ”지난 9일 밤 호출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자 1분도 안 돼 잡혔다“며 “평소에도 우리나라 택시요금이 너무 저렴한 것으로 생각했기에 심야 시간대만이라도 요금을 올린 건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 B씨(24)는 “요즘 택시를 잡으면 순식간에 3~4만원이 나와 큰 부담이 된다”며 “물가 인상으로 생활이 팍팍해서 회식이나 저녁 자리가 끝나면 가능한 지하철을 이용해 귀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 대부분은 심야할증 확대를 환영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조치로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수입이 좋은 저녁시간대로 영업시간을 옮겼다는 개인택시기사 C씨(59)는 “종전에는 아침에 나와서 저녁에 들어가지만, 최근에는 오후 4시에 출근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저녁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운행 택시들이 늘어나고 빈 택시가 많이 보이자 일부 택시기사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개인택시 기사 D씨(70)는 “야간 할증요금이 오른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할증요금 때문에 아예 안 타는 손님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2월부터 택시요금이 오를 예정인데 손님이 크게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야간 운송수입이 늘면 사납금까지 따라 오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법인택시 기사 E씨(62)는 “아직은 사납금이 오르지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연말 지나고 사납금이 오르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요금 인상분 만큼을 회사에서 가져가면 택시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택시 공급 증가세가 유지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예상보다 손님이 적어 운행에 대한 동기부여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행대수를 비교해보면 요금인상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나 경기 침체, 요금인상 등 이유로 현장에서 손님이 줄었다는 말이 많다”며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유지될텐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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