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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노조와 정치
  • 박정원
  • 등록 2022-12-03 17: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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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물연대 파업과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아십니까?

화물연대가 지난 달 2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1년 11월, 2022년 6월에 이어 세 번째다. 올해 말까지 시험적으로 시행된 3년 시효의 안전운임제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게 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의 요구사항 중 하나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는 조합원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지난 11월 24일 오전 10시쯤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오거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안전운임제 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중 화물차 관련 사고 건수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중 고속도로에서 발행하는 사망 사고의 64.8%가 화물차와 관련된 사고다. 장시간 운전에 따른 집중력 저하와 졸음운전 등, 안전 운전 불이행이 91.3%를 차지한다.

 

제도의 명칭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게 안전운임제다. 운송비 인하 경쟁, 수익을 위해 과적, 과속, 과로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최저임금처럼 최소한의 운임을 설정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취지다.

 

벌크 시멘트 트럭(BCT), 컨테이너, 탱크로리 등 '견인형 화물차'에 한정해서 3년간 시행하고, 효과가 있으면 연장 또는 영구적 시행을 재논의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시행 결과에 대한 진단이 엇갈렸다.

 

국토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견인형 화물차' 사고 건수는 안전운임제 이후에도 늘어났으며 사망자 수도 늘어났다. 반면,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 평균 운행 시간 등이 줄었다. 국토부는 결과라 할 교통사고 발생에, 연구원은 원인이라 할 장시간 운전 등에 주목했다는 차이가 있다. 효과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안전운임제의 근본 취지는 교통사고 감소다

 

올해 말까지 시험적으로 시행된 3년 시효의 안전운임제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게 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의 요구사항 중 하나다. 교통일보 자료사진.

2022년 6월 14일,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시행을 3년 연장하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견인형 화물차'뿐 아니라 적용 차종을 넓혀가는 문제와 일몰 조항을 없애 영구적 제도로 정착시키는 문제를 계속 논의하자는 내용이다. 이후 몇 차례 교섭이 이뤄졌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다시 파업에 돌입하게 된 게 현재 상황이다.

 

화물은 보내는 쪽인 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안전운임제가 좋을 리 없다. 최저임금 올리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어서다. 그런데 중요한 명분인 사고 감소 효과가 없다고 하니 반대의 명분이 강해졌다. 정부 또한 기업 측의 동참을 촉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시행 기간의 사고 절감 효과는 불분명하지만, 일부 화물차주들의 수입 증가는 뚜렷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BCT의 경우 2019년 2백9만 원이었던 월평균 순수익이 2021년에는 4백5십5만 원까지 상승했다.


불과 2년여 사이에 2배 이상 운송비를 올려줬는데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원래의 제도 도입 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안전운임제 만으론 교통사고 절감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많아진 수익일지라도 언제까지나 그것에 만족한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운행 기록 등을 제대로 파악하는 수단을 함께 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운임제 만으론 사고 감소 기대하기 어려워


일반화물차주의 차종별 월평균 순수입 (한국교통연구원, 2021 화물운송시장 동향 연간보고서 )

'견인형 화물차'를 신차로 구매하는 경우 자동차, 값만 1억 5천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 등이 있으므로 2억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2019년 기준, 매달 2백만 원밖에 못 벌었다는 뜻인데, 그때에도 BCT 등은 운행하고 있었다. 안전운임제가 도입되어 운송비 수익이 많아질 것을 미리 알았을 리도 없는데 왜 그런 투자를 하고 노동을 제공했느냐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이렇게 보면, 한국교통연구원의 통계에도 평균의 함정이 들어 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장시간 운전을 감내하면서 열심히 운행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사유로 운행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해 평균을 구했으리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않아서다.

 

대부분이 할부 구매이므로 매월 자동차 할부금을 내는 것도 부담이다. 할부금 자체는 비용이 아니지만, 할부에 따른 이자와 차량 노후화에 따른 감가상각분은 비용이고, 매달 내는 처지에서 보면 할부금은 비용과 비슷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부분을 전체적으로 비용에 계상하면 수입이 적다는 소리는 나올 수밖에 없다.

 

억대 투자에 장시간 운전까지 해도 최저임금 수준?

 

정부가 파업에 나선 화물 운송 노동자들에 대해 사상 최초로 업무개시명령을 결정한 지난 29일 오전 의왕 IDC에 '국토교통부 비상수송차량'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교통일보 자료사진)  

화물연대는 민주노총 산하에 조직되어 있지만, 법률적으론 노동조합이 아니다. 개인사업자인 차주들이 운전도 직접 하는 형태이므로 1인 자영업자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지만,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지입 여부를 떠나 운송회사와 화주 측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보면 개인사업자인 화물차주들이 운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명령이 적절한지를 따지기 전에 법은 이전에 만들어져 있었고, 정부는 그럴 수 있는 강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용 화물차가 허가제이기 때문이다.

 

‘물류를 멈춰서 세상을 바꾸자’는 표어가 노조에 있다면, 정부에는 법과 허가권이 있다. 명령을 송달받고도 응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도 있고,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 

 

영업용 화물차를 허가제로 만들어달라고 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화물차주들이었다. 무분별하게 화물차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나빠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수많은 업종에서 저마다 진입 장벽을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는 것에 비교하면 이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때는 노동자로 또 어떤 때는 사업자로 행세하는 것은 자유지만, 허가제가 일종의 특권이나 집단을 형성한 측면이 있다면, 아예 이를 등록제로 바꿀 수도 있는 게 정치의 힘이다.

 

문제는 언제나 국민이다. 안전운임제가 무엇인지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파업을 한다고 해도 국민 대다수는 크게 관심이 없다. 시멘트 공급 등과 직접적 연관이 없어서다. 그러나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피해를 직접 접한 후에야 알게 된다는 뜻이다.

 

모든 부담은 국민의 몫이지만 국민은 아는 게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월 24일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 "이미 업무개시 명령 실무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면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국토부) 

시멘트 트럭의 운송비가 올라가면 당장은 그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소비자인 국민이 부담한다. 밑지고 장사하는 경우는 없으므로 오른 만큼의 비용은 아파트 분양가 등에 고스란히 포함된다. 수출과 관련된 운송일지라도 결국은 수출에 관련된 기업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안전운임제가 무엇인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여야 정당과 화물연대 등 어느 곳도 이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으니, 파업마저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소속 화물차주들에게 교육 등을 하면서 사고를 줄이려 노력하는 화물연대, 안전운임제가 무엇이고 그 효과와 경제적 부담은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정부, 머리를 맞대고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정치권을 보고 싶다.

 

이는 호소가 아니라 최종적 부담을 져야 할 국민의 권리다. 협상하더라도 국민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소비자를 무시하는 담합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박정원 / 대리기사, '사람 사는 경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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