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길어지는 택배 파업, 노사 평행선…여론은 ‘싸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1-16 09:53:02

기사수정
  • 설 연휴 파업 불가피…전국적 ‘택배대란’으로 번지지는 않을 듯

전국택배노조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 정부-더불어민주당 문제해결 촉구 100인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의 파업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택배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택배기사의 처우개선보단 이익확대가 중점인 데다, 단일업체의 노사 문제로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다. 또 택배 의존도가 높은 연말과 설날을 앞두고 ‘소비자 볼모’ 파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택배노조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해 노사정이 체결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100인 단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18일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진행된 노조원 11명의 단식농성은 이날부터 100명으로 확대됐다.

 

노조는 18일부터 각 택배사에 택배 접수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모든 조합원이 서울에 집결해 집회를 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며, 사회적 합의기구 재소집 및 정부 여당의 적극적인 개입과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CJ대한통운 측에 공식 대화를 제안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오는 17일 오후 1시까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면 만날 것”이라며 “만약 공식 대화 제안을 거부한다면 설 택배대란의 모든 책임은 CJ대한통운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해 노사정이 체결한 사회적 합의 이후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을 170원 인상했지만, 인상분을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에 쓰겠다는 합의 내용과 달리 대부분을 회사 이윤으로 돌리고 있다며 공정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또 택배노동자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택배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소비자 및 정부와 업계의 눈은 싸늘하다. 우선 사측인 CJ대한통운은 처음부터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요금 인상분은 140원으로 50% 이상이 택배기사들한테 돌아가고, 새해부터 5500명 이상의 분류 지원인력을 투입하는 등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노조가 억지를 부리는 파업을 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택배업계 전반을 현장실사하고 합의 이행 결과를 투명하게 공표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그동안 줄곧 노사정 협의를 주선했던 정부는 이번 파업엔 개입하지 않겠다며 노사가 내부적으로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안팎에선 지난해 4차례나 파업을 단행한 택배노조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국토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특별관리 차원에서 부처 합동조사단을 꾸려 불시 현장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현장점검 결과에 따라 노조의 파업 동력이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잘 이행하고 있다는 쪽으로 나올 경우 노조의 파업 명분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도 과로사가 발생한 지난해와 달리 이번 파업엔 떨떠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택배노조의 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추석, 설, 연말 등 코로나로 가장 바쁘고 다급한 시기만 골라 파업하는 것은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꼼수’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업계 현장에서도 사업자와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노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 택배기사는 청와대에 ‘택배노조의 파업쟁의권을 박탈해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을 올렸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 일부의 노조 탈퇴 움직임도 감지된다.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처우개선하라고 인상된 요금을 자신의 이윤으로 빼돌리는 것이 어떻게 노사 간의 문제인가”라며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사회적 합의 이행의 당사자이며, 택배현장의 갑인 택배사들의 행태를 견제하고 지도 감독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즉시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 불이행 문제에 명확한 입장과 책임있는 대책을 밝혀야 한다”며 “지난해 사회적합의 참가 주체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합의 이행점검 회의’를 조속히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15일 현재 배송차질을 빚는 택배 물량은 19만개 정도로 집계된다. 파업을 막 시작했을 때 집계된 물량(40만여개)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송장 출력제한 조치로 아예 주문을 못하는 사례를 고려하면 소비자와 소상공인 피해는 잇따르고 있다. 대리점들은 타사로 넘어가는 물량 때문에 매출 감소까지 겪고 있다.

 

CJ대한통운 노사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설 연휴 파업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택배업계에선 전국적 ‘택배대란’으로까지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이 전체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8%에 미치지 못하고, 업계에서 인력 증원으로 설 특수 대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 택배대란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파업 지역에 속한 고객은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파업을 중단하고 본연의 업무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AG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2월까지 자동차 수출 114억 달러, 전년대비 7.5% 증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24.1∼2월 누계 기준 자동차 수출액이 114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7.5% 증가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1 · 2월 누계 기준 자동차 수출액이 114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7.5%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수출단가도 증가 추세로 작년 초(2.3만 불) 대비 0.1만 불 증가한 2.4만 불로 집계됐다. 다만, 2월 자동
  2. 서울교통공사 `무단결근 151회` 노조간부 34명 해고 중징계‧급여 환수 서울교통공사(공사)는 노조활동을 핑계로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를 악용해 무단결근‧이탈, 지각 등의 행위를 자행하던 노동조합 간부 34명에 대해 파면‧해임 등 대규모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또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최대 4,000만원 규모의 급여를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노조활동을 핑계로 근로시간 면
  3. GTX-A 수서~동탄, 정기적 이용자 2~3천원대로 이용 가능 국토교통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수서~동탄 구간 개통을 앞두고 이용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열차 및 역사 이용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사전에 안내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수서~동탄 구간 개통을 앞두고 이용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열차 및 역사 이용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사전에 안
  4. 서울교통공사, 모든 역 최소 ‘ 2인 1조 ’근무체계 실현 서울교통공사(사장 백호)가 3.15자로 역에서 근무할 신입사원 337명을 배치함으로써 최소 ‘2인 1조’ 근무 체계를 마침내 실현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사장 백호)가 3.15자로 역에서 근무할 신입사원 337명을 배치함으로써 최소 `2인 1조` 근무 체계를 마침내 실현했다고 밝혔다.지하철 내 발생하는 각종 사고 및 이상동기 범죄
  5. 양천구-김포시‘2호선 신정지선 김포 연장’…교통복지 실현 물꼬 양천구(구청장 이기재)는 경기도 김포시와 함께 철도교통망 확충을 위한 ‘서울 2호선 신정지선 김포 연장(까치산역~김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서울시청을 방문,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사업 추진을 적극 건의했다고 밝혔다.  21일 오전 양천구-김포시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 중인 이기재 양천구청장과 김병수 김포시...
  6. 정부, 21일부터 `회전교차로` 올바른 통행방법 캠페인 시행 정부가 회전교차로 내 교통사고 감소를 위하여 회전교차로의 올바른 통행 방법에 대한 집중 캠페인에 나선다. 회전교차로 포스터 : 일반 운전자 대상(왼쪽) 버스 · 대형차 운전자 대상(오른쪽)이번 캠페인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3월 21일부터 4월 30일까지 시행한다. 합동 캠페인 시행기관은 국토교
  7. 정부, 도심 내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밑그림 그린다 정부가 3월 21일부터 ‘철도지하화 통합개발’의 청사진을 그리는 종합계획 수립 연구 용역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3월 21일부터 `철도지하화 통합개발`의 청사진을 그리는 종합계획 수립 연구 용역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용역은 지난 1월 30일 제정된 `철도지하화통합개발법`에 따른 종합계획 수립을
  8. GTX-A 수서~동탄 구간, 19일부터 3일간 ‘국민참여 안전점검’ 실시 국토교통부는 오는 3월 30일 토요일로 예정된 GTX-A ‘수서~동탄’ 구간의 개통을 앞두고 3월 19일부터 3월 22일 중 3일간(3.20 제외) 일반국민 200여 명과 국토교통부 직원 70여 명이 참여하는 ‘국민참여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3일 GTX-A 개통 준비 종합 점검회의 개최 모습이번 ‘국민참여 안전점검’은
  9. 남해바래길에 자전거길·등산로·바닷길 융합된다 걷기 여행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남해바래길이 `3.0 사업`을 통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남해군 관계부서와 남해군관광문화재단 바래길문화팀은 지난 13일 앵강다숲 남파랑길여행지원센터 강의실에서 바래길 3.0 사업 성공추진을 위한 간담회를 했다.현재 바래길은 2020년 3월부터 추진한 `남해바래길2.0` 사업을 통해 256㎞
  10. 김동연 "파주 문산까지 KTX 연장하고 의정부까지 SRT 연결 추진" 경기도가 42개 노선 645㎞ 철도 건설에 40조7천억 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기도 철도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19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철도기본계획 수립발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연결하는 경기도 철도시대을 열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19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철도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