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고도화될수록 반도체가 더 들어간다. 차량 진화를 가능케 하는 건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첨단 자동차 생산은 불가능하다. 올 한해를 돌아다보면 완성차 생산과 공급이 차질을 빚은 건 바로 반도체 물량공급 부족사태(쇼티지, shortage) 때문이었다. 차량을 구입하려면 계약금을 넣고 몇 달, 길게는 1년 이상씩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전기차 등 전동화 모델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2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021년 자동차산업 평가 및 2022년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다.
국내의 경우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로 내수는 감소했지만 수출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시장 회복세로 증가했다. 올해 1~11월 국내 자동차 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고, 내수는 11.3% 줄었다. 반면 수출은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미국, EU 등 주요국의 환경규제 강화와 탄소중립 정책 등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올해 3분기 기준 국가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301만2579대로 나타났다. 2019년 177만5828대, 2020년 220만411대으로 성장한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처음으로 300만대를 달성했다.
약 3년 만에 69.64%가 성장한 전기차 시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차량용 반도체가 3~4배 많이 필요하다.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내연기관 3개에 들어갈 물량과 같다는 얘기다.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반도체 제조업체는 기존 물량뿐만 아니라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인해 늘어난 물량까지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차량용 반도체만큼 생산물량이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부족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증산·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증설의 경우,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반도체 수급난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는 대외 의존도가 높다. 구매시스템도 다른 자동차 부품과 달리 선주문자 우선체계로 알려졌다. 현재 내년 차량용 반도체 생산능력 대비 20~30% 초과 예약돼 이미 내년 생산능력을 초과한 상태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우, 전반적인 조달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기 주문방식에서 완성차업체의 장기간 수요예측, 생산계획과 연계해 부품수요를 하위 협력사에 순차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내재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에 대해서는 완화하고 있지만 내년 하반기에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수급불안에 대비해 단기적으로는 신속통관, 대체가능품목 발굴 등을 통해 긴급 대응하기로 했다.
또 장기화에 대비해 내년 신규사업으로 수요기반형 연구·개발(2022~2025년, 288억원), 성능평가 인증지원(2022~2024년, 250억원)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3월에는 차량용 반도체 국가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남주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