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택배 문제 핵심은 돈!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12-03 15:37:27

기사수정
  • 택배기사들이 요구하는 개선사항 1위는 수수료 인상
  • 단가 올리지 않고서는 정부 대책 맹탕 될 수밖에 없어

택배노동사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대리점의 갑질을 엄중 조치하라고 성토했다. (사진=안진우 기자)

정부와 택배회사들이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택배 문제의 핵심은 배송 수수료 인상이라는 것이 택배기사들 설문 조사에서도 잘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나 택배회사들은 배송 수수료 인상 같은 핵심 이슈는 피하고 있어, 대책들이 맹탕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가 택배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이 요구한 개선사항 1위는 배송 수수료 인상(31.4%)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정부가 권고한 분류작업 전문인력 증원(25.6%), 택배 주5일제 도입(22.4%) 등의 순이었다.(해당 문항은 복수응답 허용)

 

그런데도 정부와 택배회사들 대책에는 사실상 배송 수수료 인상이 빠져 있다. 배송 수수료 인상은 실제로 택배기사들의 과로 방지에 무엇보다 필요한 조치다. 수수료 인상 없이는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현재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우리나라 택배 단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싼 편이다. 현재 국내 택배 단가는 박스당 2269원으로 미국 페덱스 8달러90센트, UPS 8달러60센트, 일본 야마토 익스프레스 676엔 대비 1/4 수준에 불과하다. 

 

2000년 택배 평균 배송단가는 3500원이었다. 그 후 택배사 간에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한두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꾸준히 떨어져 2018년 2229원까지 낮아졌다. 2019년에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 배송단가가 약간 올라갔지만 2269원으로 2000년대 초반보다 여전히 낮다. 

 

배송단가 인하는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휴식 없는 근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택배는 고객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아 단가 경쟁으로 쉽게 이어지고, 배달 수수료도 함께 낮아진다. 택배기사는 소득 증가가 아닌, 기존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배송을 해야 한다.

 

평균 택배 단가 하락은 택배사 이익률 저하와 더불어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낳고, 이는 기업과 종사자 모두의 살을 갉아먹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택배업체들의 처리능력 이상으로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배송 지연 및 분실에 따른 소비자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다.

 

택배 단가 인상은 당연히 쉬운 문제가 아니다. 택배 회사들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개별적으로 인상에 나설 수 없으며, 화주들과 단체로 합의해야 한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새벽 배송과 총알배송 서비스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들의 가격 인상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칫솔 한 개도 망서림없이 배달을 시킨다. 그 기저엔 택배기사들의 값싼 노동력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만 마냥 이익 보겠다고 택배기사가 죽어 나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그럴듯하고 생색내기 쉬운 대책에 머물러 있다. 택배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택배기사들은 “왜 정부가 굳이 물량과 구역을 조정하고 일하는 시간까지 줄여, 우리 수입을 줄이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의 택배기사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기사 10명 중 8명은 주6일,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업무시간은 비성수기에도 12~14시간이 42.3%로 절반에 가까웠고, 10~12시간이 28.6%, 14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변도 17.6%에 달해 응답자의 88.5%가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했다. 성수기에는 14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변이 41.6%로 가장 많았고, 12~14시간 34.7%, 10~12시간 16.6%로 총 92.9%의 응답자가 10시간 이상 일했다.

 

업무시간 가운데 배송시간은 6~8시간(성수기 33.6%, 비성수기 39.0%), 터미널 대기시간은 3시간 이상(성수기 49.1%, 비성수기 39.8%), 분류 작업시간은 5시간 이상(성수기 62.6%, 비성수기 44.3%)이라는 답변이 각각 가장 많았다.


TAG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오세훈 시장, 한강 리버버스 선착장 조성 예정지 현장점검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월) 오후 4시 10분, 오는 10월 운행을 시작하는  서울시의 새로운 수상 대중교통 ‘한강 리버버스’ 선착장 예정지 3곳(옥수, 뚝섬, 잠실)을 차례로 방문해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8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10월부터 운행 계획인 한강 리버버스 옥수 선착장 건립 예정지를 찾아 관계자들과 함께 선착장 위치와...
  2. 서울 자율주행버스, 전국으로 확산…민생맞춤 우수사례로 자리매김 서울시가 운영하는 민생맞춤 자율주행버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시민은 물론 전 국민의 이동을 돕고 고단함을 덜어 주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민생맞춤 자율주행버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시민은 물론 전 국민의 이동을 돕고 고단함을 덜어 주고 있다.민생맞춤 자율주행버스는 누구보다 이른 새벽을 맞이하는 미화원‧경비원 등
  3. 도로파손・포트홀 주범 `과적 차량` 4월 한 달간 집중단속 각종 건설공사 착공으로 대형 화물차량의 운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시가 포트홀(도로파임) 등 도로파손을 유발하고 교량의 수명을 단축시켜 도로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꼽히는 과적 차량의 집중 단속에 나섰다. 서울시가 포트홀(도로파임) 등 도로파손을 유발하고 교량의 수명을 단축시켜 도로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
  4. 일반택배는 ‘우체국(소포)’, 기업택배는 ‘경동·합동 택배’ 최우수 국토교통부는 택배서비스 사업자 총 19개 업체 및 우체국 (소포)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도 택배 서비스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택배서비스 사업자 총 19개 업체 및 우체국 (소포)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도 택배 서비스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수도권 물류센터 모습 (자료사진) 택배 서비스평가는 소비자 및 종
  5. 尹 대통령, 항만·해운 산업을 스마트·친환경으로 혁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5일 오전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열린 `부산항 신항 7부두 개장식`에 참석했다. 이 날 행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스마트 항만의 개장을 축하하고 우리 수출입 물류의 99.7%를 책임지는 항만·해운산업 종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5일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열린 `부산항 신항 7부...
  6. 비행기 탑승 전 `기내반입 금지물품` 꼭 확인하세요 한국공항공사(사장 윤형중)는 수학여행, 가족여행이 집중되는 봄철을 맞이해 여행객들에게 비행기 탑승 전 기내 반입 금지물품에 대해 확인하고 여행길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장에서 신분확인하는 여행객코로나 이후 수학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작년 5월, 김포공항에서 샴푸, 스프레이 등 액체류가 포함된
  7. 기후동행카드 누적 100만장 판매 돌파…평일 이용자 50만명 넘어서 서울시는 지난 1월 27일 서비스를 시작한 기후동행카드가 시행된 지 70일만인 4월 5일 누적 판매 100만장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기후동행카드 판매량(누적)4.5.(금) 16시 기준 누적 판매량은 100만 8천여장으로 ▴모바일 카드는 49만 3천장, ▴실물 카드는 51만 5천장이 각각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수치는 30일 사용 만료 후 재충전된 카드...
  8. 현대자동차, 인증 중고차 ‘트레이드-인’ 혜택 대폭 확대 현대자동차가 인증 중고차와 연계한 보상판매(트레이드-인) 혜택을 대폭 확대했다. 트레이드-인은 기존에 쓰던 제품을 제조사에 중고로 반납하고, 새 제품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차를 살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9일 기존 보유 차량을 인증 중고차로 매각한 다음, 현대자동차나 제네시스 신
  9.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조치 2개월 연장...중동 위기 고조 등 영향 정부는 ’24.4.30.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현행 휘발유 △25%, 경유․ 액화석유가스(LPG)부탄 △37%) 조치를 ’24.6.30.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중동위기 고조 등에 따라 국내외 유류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정부는 ’24.4.30.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24.6.30.까지 2개
  10. `KTX-청룡 국민 시승단‘ 모집...15일 오후 1시부터 선착순 모집 국토교통부과 한국철도공사는 다음달 첫 운행을 앞둔 ‘KTX-청룡’의 국민 시승행사를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하루에 한 번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과 한국철도공사는 다음달 첫 운행을 앞둔 `KTX-청룡`의 국민 시승행사를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하루에 한 번 진행한다고 밝혔다.시승단 규모는 총 1,200명으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