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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택시회사들, 최저임금 청구 소송 ‘몸살’
  • 이명철 기자
  • 등록 2020-08-30 13: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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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4월 대법 판결 후 기사들 “최저임금 미달액 달라”…소송금액 수천억원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심야 택시차량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택시회사의 운전기사 소정근로시간 축소를 무효라고 판결한 뒤 전국의 택시업체들이 최저임금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0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고정급은 그대로 둔 채 소정근로시간을 대폭 줄여 최저임금 수준을 맞춘 택시회사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하라는 택시기사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소송 금액은 택시기사 1인당 적게는 100~2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대법원의 판결은 최근 3년간(임금채권보장기간) 택시회사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기사 10만여명 대부분에게 적용돼 이들 모두가 택시회사를 상대로 못 받은 임금을 청구할 경우 전국적으로 수천억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에선 254개 업체 대부분이 소송에 휘말린 가운데 ‘밑져야 본전’이라며 일단 소송을 걸고 보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이 상황을 이용해 ‘기획 소송’을 꾸리는 변호사도 생겼다. 

 

각 회사별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등과는 달리 부산, 대구는 집단소송 선고를 앞두고 있어 회사가 소송에 패할 경우 생존이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부산지역 택시기사 2123명은 지난해 부산 96개 택시회사 중 87개사를 상대로 최저임금 미지급분 288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당초 1심 선고는 지난 27일이었으나 부산지법 재판부는 2주 뒤인 9월10일로 연기했다.

 

선고를 앞두고 부산택시조합은 호소문을 내고 “최저임금을 회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아니다”라며 “회사가 소송에서 패할 경우 회사 한 곳당 평균 20억 원에 달하는 추가 임금을 부담해야 하며, 최악의 경우 택시회사 전체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 택시업체들도 200억원이 넘는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대구 택시업체 89개사 중 87개사를 상대로 대구시 전체 법인택시기사의 절반 정도인 2000여 명이 소송에 참여했으며 청구금액은 1인당 평균 10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택시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영이 힘든 와중에 기사들의 집단소송으로 대구 택시업체들이 큰 위기에 처했다”며 “업계의 상황과 현실을 법원이 잘 고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 택시업체 집단소송 결과는 올해 말쯤 나올 예정이다.

 

택시기사들의 소송은 지난 4월18일 대법원의 판결로 시작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경기 파주시의 거성운수 소속 이모 씨 등 택시기사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회사가 주지 않은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택시 최저임금법 시행 후 기본급만으로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맞출 수 없었던 거성운수는 노사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6시간20분, 4시간으로 세 차례 변경했다. 대법원은 이를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으로 보고 ‘무효’ 판정을 내렸다.

 

회사택시기사의 수입은 고정급 월급과 초과운송수입금으로 크게 분류된다.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받은 요금 가운데 사납금을 빼고 남은 것이 초과운송수입금이다. 원래 초과운송수입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됐지만 2009년 7월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제외됐다.

 

당시 법 개정 취지는 택시기사의 임금에서 차지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의 비중을 낮춰 택시기사의 생활급을 보장하고 안전운행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것이었지만, 택시회사들은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과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실제 근로시간은 그대로 둔 채 고정급 책정의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소정근로시간이 일부 지역에서는 심지어 2, 3시간에 불과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의 경우 2014년 하루 6시간40분, 2015~2016년 6시간, 현재는 5시간30분으로 줄어들었다. 대법원은 이런 소정근로시간 축소를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 후 전국의 택시회사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택시회사들은 “대법원의 판결은 노사 간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맺은 단체협약을 무조건 최저임금법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택시업체 사장은 “대부분의 기사가 고정된 월급을 받는 것보다 자신이 운행한 만큼 추가 수입을 더 받기를 원해서 합의했던 내용”이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도 줄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 소송전까지 겹치면서 법인택시업계가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택시기사들은 회사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 임금협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노사가 합의한 사항이라도 그것이 위법이라면 소송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택시노조 관계자는 “노사가 수정 근로시간을 합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법이라고 판결난 이상 무의미한 합의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택시회사의 이런 임금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사납금제 폐지와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서울에서는 2021년부터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택시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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