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단독]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도대체 왜?
  • 박래호 기자
  • 등록 2020-07-06 07:56:59

기사수정
  • 동료 택시기사들 “비난받아 마땅하지만…평소 사설 구급차에 불신 높아”

구급차를 막아 위독한 환자의 이송을 지연시킨 택시기사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일 만에 5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인터넷에는 이 택시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같은 동료인 택시기사들은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아마 평소 사설 구급차에 대한 불신이 높아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6일 택시기사들에 따르면 이번에 택시기사가 막아선 구급차는 119가 아니고 돈을 받고 병원에 환자를 이송하는 사설 구급차로, 평소 사설 구급차에 대한 택시기사의 불신과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설 구급차는 급하지도 않은데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며 교통법규 위반을 다반사로 한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환자를 태우지도 않고 빈차로 다니며 과속, 난폭운전을 일삼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구급차라고 해도 경광등과 사이렌은 응급상황에서만 켤 수 있다.

 

사설 구급차는 환자를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요양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에 주로 이용된다. 이 경우 응급상황은 아니며,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이송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게 택시기사들의 말이다.

 

서울의 개인택시기사 A씨(67)는 “진짜 응급환자들은 대부분 신속하고 무료 이용이 가능한 119 구급차를 부른다”며 “그냥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사설 구급차는 십중팔구 비응급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택시기사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며 “깊숙이 살펴보면 사설 구급차들의 잘못된 행태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김모(46)씨의 말을 들어보더라도 사설 구급차에 대한 택시기사의 불신이 그대로 드러난다. 청원인은 택시기사가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 “너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 켜고 빨리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 “환자는 119 불러서 보내면 되니, 사고 처리 먼저 하고 가라”며 한사코 구급차 앞을 막았다고 밝혔다. 택시기사는 구급차 뒷문을 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택시기사의 언행은 같은 택시기사라도 이해하기 힘들다. 서울의 D회사 소속 택시기사 B씨(59)는 “그냥 병원까지 따라가서 환자를 내려주고 일을 처리했어도 충분한 상황인데다 요즘은 블랙박스가 있어서 굳이 차를 세워놓고 사건을 처리할 이유도 없는데 너무 황당하다”며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해당 국민청원은 5일 오후 6시 현재 참여인원 5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 내용을 보면 지난달 8일 오후 3시 15분쯤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구급차와 택시 사이에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차량인 택시기사는 사건 처리를 요구하며 구급차 앞을 막아섰다. 구급차 운전자가 “응급환자가 있으니 우선 병원에 모셔다 드리자”고 했지만 택시기사는 반말로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한사코 구급차 앞을 막아섰다고 청원인은 밝혔다.

 

이어 “응급차에 함께 탔던 아내가 택시기사에게 ‘사고 처리는 블랙박스에 찍혔으니까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택시기사는 시종일관 ‘환자는 119 불러서 보내면 되니, 사고 처리 먼저 하고 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와 구급차 운전자 간에 약 10분간 실랑이가 이어졌고, 김씨는 119 신고를 통해 사고 현장에 도착한 다른 구급차에 어머니를 태워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김씨의 어머니는 이날 오후 9시쯤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청원인은 ‘구급차를 막은 택시로 인해 어머니가 숨졌다.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달라’며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동경찰서 교통과가 수사 중인 이 사건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외에 형사법 위반과도 관련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같은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1곳을 추가로 투입했다.

 

교통과와 형사과의 합동 조사 결과에 따라 택시기사는 엄중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문철 변호사는 “택시기사에게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만약에 그 택시기사 때문에 돌아가셨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프로필이미지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KTX-청룡 국민 시승단‘ 모집...15일 오후 1시부터 선착순 모집 국토교통부과 한국철도공사는 다음달 첫 운행을 앞둔 ‘KTX-청룡’의 국민 시승행사를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하루에 한 번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과 한국철도공사는 다음달 첫 운행을 앞둔 `KTX-청룡`의 국민 시승행사를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하루에 한 번 진행한다고 밝혔다.시승단 규모는 총 1,200명으로,
  2.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조치 2개월 연장...중동 위기 고조 등 영향 정부는 ’24.4.30.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현행 휘발유 △25%, 경유․ 액화석유가스(LPG)부탄 △37%) 조치를 ’24.6.30.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중동위기 고조 등에 따라 국내외 유류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정부는 ’24.4.30.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24.6.30.까지 2개
  3. 정유사 공급가격 및 알뜰·직영주유소 판매가격 인상 자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최남호 2차관은 4.12.(금) 오전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해여, 업계, 기관과 함께 석유제품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가격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최남호 2차관은 4.12.(금) 오전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해여, 업계, 기관과 함께 석유제품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가격 안정을 위...
  4. 봄나들이 철, 지하철 음주 승객 사고 주의보…올해 1분기 민원 2500여 건 봄나들이 철을 맞아 음주로 인한 지하철 승객 안전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1분기(1월~3월)에만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로 접수된 취객 관련 민원(문자)은 총 2545건.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76건 증가한 수치다.  공사는 나들이 승객이 증가하는 4월부터 2개월간 음주로 인한 넘어짐 사고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고가
  5. 관악구, 지반침하 사고 예방 관내 이면도로 79km 공동탐사 실시 관악구(구청장 박준희)가 구민들의 안전을 위해 4월부터 ‘노면하부 공동(空洞, 빈 공간) 탐사용역’에 돌입했다. 공동탐사를 진행하는 차량형 GPR 탐사장비구는 노면하부 공동으로 발생하는 도로함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번 탐사용역을 계획했다. 도로침하, 싱크홀 등의 사고 발생으로 지하안전 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
  6. 현대자동차, ‘어린이 통학차량 무상점검 캠페인’ 실시 현대자동차는 봄철을 맞아 안전한 통학환경 조성을 위해 ‘어린이 통학차량 무상점검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안전한 통학환경 조성을 위해 `어린이 통학차량 무상점검 캠페인`을 실시한다. 5월 7일(화)부터 5월 31일(금)까지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은 전국에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통학차량으로
  7. 대전시, 고급형 택시 운영지침 마련 시행 대전에서도 리무진이나 고급 승용차를 이용한 고품격 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대전1호 고급형택시 사진대전시는 ▲결혼식 이벤트나 웨딩카 서비스 ▲공항 이동 ▲비즈니스 지원 ▲관광 및 외국인 투어 등 시민들의 다양한 교통수요에 대응하는 고급형 택시를 도입함으로써 안전하고 품격 높은 이동 서비스를 경...
  8. 서울 `한강 리버버스` 선박 건조 착수…“10월에 선보인다” 서울시는 오는 10월, 한강에 새롭게 도입하는 수상 대중교통 ‘한강 리버버스’ 선박 8대 모두 건조에 착수,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말 완성돼 10월 중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 한강 리버버스 착공식 테이프 커팅‘한강 리버버스’는 마곡, 망원, 여의도, 잠원, 옥수, 뚝섬, 잠실 총 7개 선착장을 출퇴근 시
  9. 고양특례시, 2024년 전기이륜차 구매보조금 지원사업 시행 고양특례시(시장 이동환)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4월 15일부터 `2024년도 전기이륜차 민간보급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고양특례시(시장 이동환)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4월 15일부터 `2024년도 전기이륜차 민간보급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올해 전기이륜차 구매 보조금 지원물량은 약 312대로, 상반기 지원물량은 150대이다. 전체 ...
  10. 현대그룹, 제주도 EV 렌터카 대상 PnC 기술 편의성 체험 이벤트 진행 현대자동차그룹이 향상된 전기차 충전 편의성을 알리기 위해 EV 렌터카에 PnC 기술을 적용한다고 15일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향상된 전기차 충전 편의성을 알리기 위해 EV 렌터카에 PnC 기술을 적용한다.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월)부터 10월 15일(화)까지 제주도에 위치한 롯데렌터카에서 운영하는 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