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입을 막았던 중고자동차 소매 시장의 규제가 6년 만에 풀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완성차, 수입차, 렌터카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 기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추천신청을 대체로 수용해왔던 동반위가 추천 부적합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었다. 올해 2월 지정기간이 만료되자 중고차업계가 중소벤처기업부에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절차는 중기부가 신청서를 접수하면 동반위가 실태조사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9개월 이내에 중기부에 대상을 추천한다.
동반위는 중고차 매매업이 소상공인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소득의 영세성은 기준에 충족하지만 규모의 영세성 기준은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또 안정적 보호 필요성에 있어서도 대기업 등의 시장 지배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입차협회는 한미 FTA와 한-EU FTA 규정에 자동차 매매업에 관련해 서비스 거래 또는 자산의 총액, 서비스의 총 산출량,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법적 실체 등에 대한 제한을 두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동반위에 제출한 바 있다.
동반위는 다만 중고차 판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사업영역 보호 및 동반성장 측면에 있어 대기업 등이 자율적으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소상공인과 협력해 산업의 발전과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반위의 결정에 완성차·수입차·렌터카 업체들은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중기부는 일반적으로 동반위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들 업계는 대기업의 중고차 소매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롯데그룹도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비스, 롯데렌터카, AJ렌터카 등은 중고차 사업자들에게 경매 방식으로 중고차를 도매 판매한다. 규제가 풀리면 직접 매장을 내고 소매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가 직접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들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자들 상당수는 중고차 시장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어 국내 대기업이 진입하는 것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동반위의 추천 부적합 결정을 접한 중고차 판매업계는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반위가 단순 통계 수치로만 판단해 영세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