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화재와 경기도정비조합 간 ‘윈-윈’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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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손해보험사와 정비업체는 자동차보험이 존재하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다. 하지만 두 업계는 동반자적 관계보다는 갈등과 불신으로 지내는 경우가 더 많다.
자동차보험 가입차량들이 교통사고로 정비공장에서 수리를 받으면 손보사가 정비공장에 수리비를 지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리비가 많다 적다”하며 티격태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민원과 불만이 발생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정비업계는 “손보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수리비 삭감 등 횡포를 일삼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반면, 손보업계는 “정비업체들의 과잉정비와 수리비 과다청구가 큰 문제”라며 정비업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두 업계가 ‘대립’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자동차보험시장이 녹록하지 않자 ‘상생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졌다. 그래서 대화에 나서기도 하고, 때론 기대 이상의 합의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성과는 매우 미흡한 편이다.
정부도 두 업계 간 고질적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는 합동으로 2010년 12월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을 발표했는데 개선대책의 골자는 자율적인 정비요금 결정 등 보험·정비업계가 상생협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정비시장은 정비요금의 청구·지급 면에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정비업체들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의 전산견적프로그램(AOS: Areccom On-line System)에 대한 불신이 높고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된 시스템이 구축되지도 않아서 보험·정비업계는 늘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정부의 여러 정책도 보험·정비업계 간 첨예한 이해관계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요금 공표제 시행이나 민간 자율로 운영하는 보험정비협의회 등은 성과가 미흡하고, 정부가 대안을 마련해 내놓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은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국회 계류 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험·정비업계 간에 상생협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자동차보험 정비시장의 미래를 위해 매우 긍정적이다. 국토교통부가 보험사·정비업체 간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선정한 메리츠화재와 경기도자동차검사정비조합의 경우를 보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3자 간 자동차보험 정비정책 상생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메리츠화재와 경기도자동차검사정비조합 간 상생협력 사례를 확산·보급하는 한편 정책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와 경기도검사정비조합은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사고 차량 수리 시 부품 교환 중심으로 수리비가 높았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녹색정비기술을 도입하고 교환 위주의 수리에서 보수작업(판금·교정) 위주의 수리로 전환했다.
특히 재사용부품·재제조부품 사용을 활성화해 메리츠화재는 교환과 보수작업의 공임을 차등지급하고, 정비업체에서 재사용·재제조부품 사용 시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또 공동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해 선진국(영국 Thatcham, 일본 BS Summit, 미국 I-Car, 독일 Allianz technical center 등)의 보험수리 전문기관을 벤치마킹하고, 공동교육을 통한 상생협약 지급기준을 협의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으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아울러 분쟁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 수리비 지급기준 등에 대한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소비자 민원을 최소화했다.
메리츠화재와 경기도자동차검사정비조합 간 상생협력 사례는 두 업계가 윈-윈하는 성과를 도출한 국내 최초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30여 년 전에 두 업계가 시장의 매커니즘(mechanism)을 잘 이해하고 활용해 정비요금 분쟁을 해결했다. 사실 보험·정비업계 간 상생협력은 사업자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이제서야 눈뜨기 시작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각자의 이익에만 너무 집착했던 것은 아닐까?
메리츠화재와 경기도자동차검사정비조합 간 상생협력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 보급돼 보험·정비업계 간 상생협력이 크게 늘어나고 두 업계의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해본다.